티잉그라운드에서 날려 보낸 공이 잔디 위가 아닌 나무 위에서 발견됐다면 과연 그 기분은 어떨까?

30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2라운드가 열린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GC 북코스(파72. 6874야드)에서는 통상적인 골프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경기 중 참가 선수가 티샷한 공이 필드가 아닌 코스 인근 나무 위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황당한 사건의 주인공은 라이언 파머(34. 미국). 지난 18일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열렸던 2010시즌 두 번째 대회인 소니오픈에서 우승했던 바로 그 선수다.

10번 홀에서 시작해 2라운드 막판까지 컷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던 파머는 7번 홀에서 티샷한 뒤 필드 위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공을 찾지 못했다.

갤러리들에 의해 발견된 파머의 공은 필드가 아닌 페어웨이 오른쪽 나뭇가지 틈에 정확하게 박혀 있었고, 선수 본인도 황당한 듯 웃으며 연신 자신의 공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회운영위원, 캐디와 함께 끝내 자신의 공이라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파머는 1벌타를 안고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 다시 티샷을 했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보기로 홀 아웃했다.

이 경우 나무 위의 공이 자신의 것임을 확인하면 나무 위에서 경기를 재개하거나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공이라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로스트볼'을 선언해야 한다.

지난 1992년에도 닉 팔도(53. 잉글랜드)는 US오픈 경기 도중 자신의 공이 나무 위에 올라가자 직접 나무에 올라 자신의 공을 확인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지난해 소니오픈에서도 스테판 에임스(46. 캐나다)가 티샷한 공이 그린 옆 나무 위에서 발견되어 결국 '로스트볼' 처리를 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파머의 경우 후자를 택했고, 색다른 경험을 한 파머의 대회 최종 성적은 중간합계 1오버파 145타 컷 탈락이었다. 

1라운드를 공동16위로 마쳤던 파머에게는 티샷한 공이 나무 위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경험이 땅을 치고 아쉽게 됐다.

사실 파머의 독특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1월에 열린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도 최종일 경기 도중 측근으로부터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그는 과감하게 대회를 포기했다.

대회보다 가족을 우선한 그이 과감한 결정이었다.

2008년에는 긴 쉬메르 클래식 최종라운드 10번 홀에서 어드레스한 이후 볼이 움직인 것을 스스로 경기위원에게 신고해 1타의 벌타를 받았다.

아무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파머는 자신의 양심을 거스르지 않고 용기 있는 행동을 선택했다.

10번 홀을 보기로 마친 뒤 11번 홀에서도 더블보기를 범해 우승권에서 밀려나는 듯 했던 파머는 마지막 18번 홀의 극적인 버디로 결국 1타 차 극적인 우승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