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하는 한국사회…한국은 도박공화국  

‘노름 권하는 한국 사회’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내내 도박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 수·목요일은 경정장에서, 금·토·일은 경륜장에서, 토·일은 경마장에서 보낼 수 있다. 

여유가 되면 바람을 쐴 겸해서 사북읍에 있는 강원랜드를 찾을 수도 있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가 귀찮으면 주변에 즐비한 성인오락실을 드나들 수도 있다. 도박 중독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유혹에 노출돼 가산을 탕진할 가능성이 높은 사회가 됐음을 뜻한다. 

‘베팅하는 한국사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의 그림자를 다룬 책이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도박 중독이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 다른 교훈은 우연한 기회에 도박에 빠져든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통해서 도박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 병인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마다 재정 확보를 위해서 도박장 개설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 시민으로서 도박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근래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두고 “정부가 ‘인생역전’ ‘이번에는 당신 차례입니다’라고 소리 높여 베팅을 외치는 ‘도박공화국’이 돼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마장, 카지노장, 경륜장, 경정장, 사설오락실 등이 날로 번성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파탄을 맞이한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도박을 선택함으로써 자신과 가족에게 엄청난 폐해를 끼진 것은 성인들 개개인이 책임 져야 하지만 이를 조장하는 사회도 그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도박 중독은 개인적인 질병일 뿐 아니라 사회적 증상이다. 

카지노 산업의 그늘 담아 

오늘날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어느 정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가를 알려면 가동률 자료를 살펴보면 된다. 서울 시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가동률은 10~16% 수준인 데 반해서 강원랜드의 가동률은 10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 개장 당시 90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06년 8694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익은 412억원에서 2479억원으로 증가했다. 동원의 광부로 일하며 동원복지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박철원씨(45)는 자신의 도박 경험을 이렇게 전한다. 

“카지노에는 돈 잃으러 가는 거야. 내 그랬잖아, 1%도 딸 확률은 없다고. 1%도 없어. 무조건 잃어. 생각해봐. 저 카지노에서 무슨 중앙시장처럼 막 물건 잔뜩 갖다놓고 팔아 그 이익금으로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현찰이란 말이야. 한 달에 400억원이 거기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봐. 400억원을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 갖다 준다고 생각해봐. 딸 수가 없어. 하지를 말아야 해. 많이 잃었지. 몇 사람은 이사를 갔어. 돈 다 잃어버리고 갔지. 어디 가서 열심히 살겠지 뭐.” 

이 책을 읽다 보면 자본주의는 참 냉정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으면 마지막까지 철두철미하게 잃는 게임으로 한 개인을 몰아넣을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사북읍에 강원랜드가 들어서고 난 뒤 지역 주민들 가운데 도박 중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다른 곳에 비해서 4배 이상의 도박중독률을 보이고 있다. 카지노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먹잇감일 뿐이다.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황금을 얻는 것이 아니라 황금 알을 낳는 황금거위 강원랜드의 ‘황금먹이’가 되는 것이다. 물론 베팅할 수 있는 돈이 한 푼이라도 자신의 호주머니에 남아 있을 때에만 때깔도 고운 황금먹이이고, 빈털터리로 카지노에서 나오는 순간 지장산 계곡의 황량한 바람만이 자신을 맞이한다.” 

이제 강원랜드는 골프장, 스키장 등과 같은 각종 위락시설을 보완하면서 가족 휴게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 역시 더 많은 카지노 인구의 확산을 위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해하면 된다. 결국 자신을 도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주체는 자신 이외엔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65호(08.07.23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