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가장 싫어하는 골퍼 1위는 '늑장 플레이어'다. '거북이 골퍼'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문제는 누구도 스스로 거북이 골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시 당신은 '거북이 골퍼'가 아닌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거부하고 싶지만 지금도 동료들은 당신을 왕따시키고 있을지 모른다. 

최근 벌어진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 첫날 19명의 선수가 슬로 플레이로 무더기 경고를 받으면서 '거북이 골퍼'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5월 함평 다이너스티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KB스타투어 1차 대회 1라운드는 무려 7시간20분이 걸리기도 했다. 

프로ㆍ아마추어 골퍼를 막론하고 슬로 플레이어는 모든 골퍼의 적이다. 심지어 상대 리듬을 뺏기 위해 일부러 늑장 플레이를 하는 골퍼도 있다고 한다. 

거북이 골퍼의 유형은 꽤 많다. 

일단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골퍼가 대표적이다. 동료가 샷을 할 때는 멍하니 쳐다만 보다가 비로소 순서가 돼서야 장갑을 끼고 공과 티를 찾고 샷을 준비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 하나.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퍼팅 때는 동료를 더 미치게 한다. 뒤늦게 퍼팅 라인을 살피느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를 반복한다. 장갑을 벗고 공을 놓고 퍼팅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동료들을 더 열받게 하는 한마디. "캐디 언니, 이거 슬라이스 라인이야, 훅 라인이야?" 

 
일명 '기도하는 사람'도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 유형이다. 

샷 하기 전에 이미 동료들 진을 온통 빼놓고는 어드레스에 들어 가서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10초 이상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다. 그리고 나서야 샷이 이뤄진다. 

연습 스윙이 많은 골퍼도 경기 진행을 더디게 한다. 어찌 힘이 남는지 샷을 할 때마다 연습 스윙만 다섯 차례 이상 하는 골퍼도 있다. 이보다 더 황당한 슬로 플레이어도 있다. 몇 차례 연습 스윙을 하고도 샷을 하지 않더니 어드레스를 풀고 다시 정렬을 하는 골퍼다. 

그리고 또 연습 스윙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샷을 한다. 

캐디들이 은어로 '섰다맨'이라고 부르는 슬로 플레이어 유형도 있다. 이들은 절대 클럽을 직접 가져가지 않는 부류다. 

공이 카트 도로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공 있는 장소에 가서 클럽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한다. 잠정구를 칠 수 있는 공을 별도로 갖고 다니지 않는 골퍼도 슬로 플레이어로 분류될 수 있다. 

공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낸 후 새로운 공을 기다리느라고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퍼팅을 실패한 후 다른 동료들이 홀아웃을 하지 않았는데도 곧바로 '복기 퍼팅'을 해 보는 골퍼도 있다. 

동반자가 혹시 '알까기'나 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볼을 같이 찾아주는 골퍼도 전체 라운드 시간을 늦춘다. 일단 자신의 샷을 하고 나서 상대의 공을 찾아주는 것이 거북이 골퍼가 되지 않는 비법(?)이다. 

슬로 플레이어와 관련한 유명한 골프 금언이 있다. 

'슬로 플레이어를 가장 확실하게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더 느린 슬로 플레이어를 붙여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