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늦게 `취침' 보름 빨리 `기상'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예년보다 1달 가량 늦게 동면에 들어간 지리산 반달가슴곰들이 예년보다 15일 가량 빠른 시기에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공단은 지리산에서 지내고 있는 반달곰 16마리가 모두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잠에서 깨어나 활동 중인 반달곰들은 대부분 지난 20일 전후에 깨어난 개체들이다. 작년의 경우 대부분 3월 말~4월 중순 동면에서 깨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동면에서 깨어난 시점이 대략 보름 가량 앞당겨진 셈이라고 공단은 설명했다.

이들 반달곰은 작년 12월7일 첫 개체가 동면을 시작한 이래 마지막 개체가 지난달 13일에서야 동면에 들어가 예년보다 평균 1달가량 늦게 겨울잠에 들어갔었다. 

공단은 이처럼 반달곰들이 늦게 시작한 동면을 일찍 끝낸 것이 예년에 비해 적은 적설량과 높은 기온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3월 지리산의 3월 적설량은 2.7㎝였는데 올해 같은 기간 적설량은 전혀 없었으며 평균 기온도 작년 3월 6.4도였던 것이 올해 3월 7.1도로 0.7도 높았다. 

마찬가지로 작년 12월 평균기온은 1.5도로 영상 0.8도였던 2006년보다 한층 상승했으며 같은 달 최저기온 역시 영하 3.5도를 기록해 2006년 동기의 영하 4.4도보다 높아 동면 시작 시점을 늦춘 원인으로 지적됐다. 

공단은 2004년부터 연해주산과 북한산 반달가슴곰 26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했으며 이 중 폐사 혹은 실종되거나 회수된 10마리를 제외한 16마리가 이곳에서 자연상태로 지내고 있다.

공단의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배근 박사는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때문에 반달곰들이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선잠을 잔 셈이다"며 "겨울이 짧아져 먹이활동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활동 가능시간이 늘어난 것인 만큼 짧은 동면이 반달곰의 생체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동면에서 깬 반달곰들이 점차 행동영역을 넓혀 지리산 전역에서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게 되므로 인근 마을 주민들은 반달곰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올무의 설치를 삼가야 하며 등산객들은 정규 탐방로를 벗어나면 곰과 마주쳐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