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열화’ 회귀…당초 계획 바꿔 개인 성적표도 배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의 패러다임이 경쟁과 수월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급전환하고 있다.

6일 전국 중학 1학년을 대상으로 10년 만에 일제고사가 치러진 데 이어, 오는 11일에는 초등 4~6학년을 대상으로 전국단위 진단평가가 실시된다. 정부 방침대로 학생들의 성적과 학교 정보가 공개될 경우 노골적인 서열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치러진 중학생 진단평가는 당초 계획과 달리 서울의 경우 학생들에게 석차·백분율이 적힌 성적표가 배부된다. 경기도는 전교 석차를, 광주·대전·울산은 9등급 성적표가 제공된다. 







지난해 발표한 2008학년도 중학생 전국 연합평가 기본 계획은 ‘비교육적인 과열 경쟁 및 학부모의 사교육비 증가 부담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학교·교육청별 비교 자료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으나 정권이 바뀌자 이를 번복한 것이다. 특히 성적표에 석차 백분율까지 제공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아 비교육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는 “전국의 학생들이 같은 시험을 치르고 그 시험 성적을 공개하는 것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는 반교육적 행위이며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진다”며 진단평가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진단해보기 위한 시험일 뿐”이라며 “내신성적에 반영되지 않으며 특히, 석차 백분율은 개인에게만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별 비교자료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는 11일에는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을 상대로 시험이 진행된다. 애초 교육부가 교과 과정에 대한 평가용으로 전국에서 1%만 표집해서 치르도록 했던 시험이 새 정권 들어 확대됐다.

그러나 학년 초에 이같은 전국 단위의 시험이 실시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학을 전공한 한 대학 교수는 “한 해 동안 잘 가르치고 나서 시험을 봐야 교사들이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 평가가 가능한데 학기 초 시험은 책임을 학생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시험 결과가 학교 정보 공개와 맞물릴 경우 전국의 수만개 초·중학교를 한 줄로 세우는 결과를 초래해 평준화 기반이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있다. 진단평가 실시를 찬성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교간 성적 정보 공개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익대 교육학과 이윤미 교수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1980년대 영·미권에서 풍미한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과 비슷하다”며 “파급 효과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