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직립 보행하는 미국 암컷 강아지가 있다. 얼핏보면 주인에게 귀여움을
사려고 깡충깡충 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강아지는 한쪽 앞다리가 없이 태
어난 장애견이다.

이름은 ‘페이스 스트링펠로우(Faith Stringfellow)’다. 신념이란 뜻이 담긴 이름은
페이스를 4년 넘게 돌봐온 주드 스트링펠로우씨 가족이 지어줬다. 불편한 몸이지
만 다른 강아지들처럼 씩씩하게 자라나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페이스가 두발로 걷는 최초의 개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2005년 10월 한 공중파 프
로그램에서 ‘똘똘이’란 강아지가 소개됐고, 일본에서는 두발로 1㎞를 걷는 푸들
이 언론에 공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페이스는 어쩔 수 없이 두 발로 걷게 됐다는
점이 다르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도 훈훈
한 감동을 주고 있다.

△ 두 다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망

페이스와 새로운 주인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2003년 1월31일 스프링펠로우의
아들인 루벤(당시 17세)이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생후 3주된 강아지들을 보면서
였다. 이들은 모두 선천성 결손증 등의 질병을 가지고 있었고 어미개는 본능적으
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새끼들을 압사(壓死)시키려 했다. 루벤은 어미개 밑에
깔려 있던 새끼 한마리를 옷에 감싸 집으로 데려왔고 가족들은 페이스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당시만해도 페이스의 다리는 세 개였다. 하지만 오른쪽 앞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페이스는 왼쪽 앞다리를 쓸 일이 거의 없었고 점차 근육이 퇴화하기 시작했다. 결
국 생후 7개월께 절단 수술을 받아 뒷다리만 남았다.

△ 그래도 두 다리는 남아있다는 희망

페이스가 처음부터 두 발로 걸었던 것은 아니다. 절단 수술 후 누워서 기어다닐
뿐이었다.

주인은 페이스를 스케이드보드 위에 올려놓고 밀면서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훈
련시키다가 걷는 법을 가르쳐보기로 마음 먹었다. 페이스의 몸을 일으켜 세워 걷
는 꾸준히 연습을 시킨 결과 지금은 네다리가 멀쩡한 개들만큼 잘 걷는다. 함께
태어난 다른 강아지들은 모두 죽었지만 페이스는 결국 두 다리로 꿋꿋이 살아남
은 셈이다.

△ 두 다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신념

페이스는 2003년 6월21일 미국 NBC TV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사람의 관
심 속에 오랜 훈련을 받은 장애견이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후 BBC, 오프라 윈프리쇼 등 해외 유명 방송매체 뿐만 아니라 국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알려지면서 관련 게시물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페이스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www.faiththedog.net)를 가지고 있고,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출연 제의까지 받을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페이스를 ‘신념이’라고 부른다. 이름처럼 페이스의 이야기가 감
동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개’ ‘장애를 극복한 페이스처럼
나도 노력해야겠다’ 등의 긍정적 의견을 내놓는 네티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혹독한 훈련을 받았을텐데 불쌍하다’ ‘관절염 등의 건강이 염려된다’는 지
적도 있었다. 개는 원래 네다리에 몸 체중을 분산해 걷기 때문에 두 발만 쓸 경우
무릎 관절 및 근육, 엉덩이 등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애견협회 박애경 사무총장은 “다리 관절 이상 때문에 할 수 없이 두 발로 자
주 걷는 개들이 있다”고 지적한 뒤 “주인들은 이를 마냥 귀엽게만 여겨 방치하지
말고 병원에 데려가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